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김연경 역 | 민음사 | 2007년 09월 20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심오한 사상과 다양한 주제 등 내용 면에서뿐 아니라 그 분량도 방대한 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구성으로 인해 한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어 내려가게 된다. 부자간의 재산 다툼, 한 여자를 둘러싼 갈등, 결국 이런 반목에서 이어지는 친부 살해라는 다분히 선정적인 소재에, 범죄소설 혹은 추리소설 기법으로 쓰인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가독성이 높다. 여기에,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됨으로서 자극적인 사건은 보다 더 흥미롭게 전개된다.
독특한 개성과 사상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빚어내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도스토예프스키는 삶과 죽음, 사랑과 욕정 등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바로 신과 신념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은 있느냐 없느냐?”라는 표도르의 질문과 각기 상반된 이반과 알렉세이의 대답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커다란 화두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꾸준히 탐구해 왔던 일관된 주제는 신과 인간, 선과 악 등 서로 모순되는 원리들이었다. 인간성의 어두운 측면을 부각시켜서 신성(神聖)의 의미를 더욱 높이고, 구원과 부활과 같은 종교적인 개념을 삶의 영역에서 구체화했다. 이를 위해 도스토예프스키는 살인 등 범죄 사건을 즐겨 사용했다. 그러나 사건 자체가 아닌, 이러한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사고와 행동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도 친부 살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살해된 표도르 주위의 인물들이 사건을 전후로 겪는 심리적 갈등에 주목하였다.
출간된 지 10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 작품이 최고의 고전으로 불리는 것은,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세기 후반의 러시아뿐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를 다루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여전히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