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빛의 제국
김영하 저 • 복복서가 • 2022년 05월 23일
시대의 센세이션에서 명중한 예언적 자화상으로! 『빛의 제국』 개정판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3종이 출간되었다. 김영하라는 이름을 문단과 대중에 뚜렷이 각인시킨 첫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분단 이후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빛의 제국』,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인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이다. 북으로 귀환명령을 받은 남파간첩의 24시간을 긴박하게 묘사한 『빛의 제국』은 냉전문학의 이념적 계보를 스파이스릴러라는 장르로 해체해버리고, 신념과 가치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에서 인간 실존의 의미를 묻는 문제작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기존판에는 없었던 작가의 말을 싣고 오류를 바로잡았다.
스파이 김기영은 북한, 1980년대 남한, 21세기 남한이라는 “세 나라”를 겪은 예외적 소수자다. 북한에서 그는 ‘개인’이 아니었으며, 1980년대의 남한에서 그는 주사파 운동권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21세기의 평범한 중년 가장 김기영은 자신이 다만 불법이민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어쩌다보니 이곳에 정착하게 됐고, 잘 적응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본래의 내가 누구였는지 모르겠다고. 아무렴 어떠냐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진짜 스파이가 암약하고 있는 나라,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장기 휴전국의 중견 소설가가 그린 스파이 김기영은 어째서 이토록 무력하고 세속적인가. 권총도 비정함도 탄탄한 복근도 모두 잃어버린 타락한 간첩 김기영은 자본주의의 영광을 치장하지도 이데올로기의 실패를 웅변하지도 않는다. 바로 이 점이 『빛의 제국』이 도달한 남다른 핍진성이다. 허구적 상상력의 빈틈을 파고들어 현실을 정교하게 복원할 때, 독자는 지금껏 지각하지 못했던 냉엄한 실존의 조건에 새삼스러운 눈길을 던지게 된다.
목차
AM 07:00 말 달리자 _009
AM 08:00 꿈을 꾸는 문어단지 _027
AM 09:00 너무 일찍 도착한 향수 _050
AM 10:00 권태의 무게 _075
AM 11:00 바트 심슨과 체 게바라 _094
PM 12:00 하모니카 아파트 _110
PM 01:00 평양의 힐튼호텔 _166
PM 02:00 세 나라 _205
PM 03:00 쇄골절흔 _228
PM 04:00 볼링과 살인 _231
PM 05:00 늑대 사냥 _280
PM 06:00 Those were the days 289
PM 07:00 처음처럼 _319
PM 08:00 모텔 보헤미안 _340
PM 09:00 프로레슬링 _360
PM 10:00 늙은 개 같은 악몽 _369
PM 11:00 피스타치오 _402
AM 03:00 빛의 제국 _416
AM 05:00 변태 _420
AM 07:00 새로운 하루 _422
개정판 작가의 말 _425
작품 바깥의 말들 _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