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준 저 | 은행나무 | 2022년 07월 15일
나와 당신을 루비처럼 빛나게 해준 여름,
‘첫 순간’이 유성우처럼 쏟아지던 우리들의 유년에 대하여
박연준 시인의 첫 장편소설!
모든 이별은 언덕 위에서 이루어진다. 사소한 이별이라 해도 그게 이별이라면, 올라선 곳에서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기. 그게 이별이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건 낙차 때문이다. 당신이 있는 곳과 없는 곳, 거기와 여기, ‘사이’라는 높이. -본문 중에서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산문집 『소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쓰는 기분』 등으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박연준 시인의 첫 장편소설 『여름과 루비』가 출간되었다. 소설 『여름과 루비』는 세계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첫 순간’, 유성우처럼 황홀하게 쏟아지는 유년 시절의 그 순간들을 그녀만의 깊고 섬세한 통찰로 그려내고 있다.
독자들에게 박연준은 시인과 에세이스트다. 대개 그녀의 글에서 일상을 감각적으로 대하는 마음과, 시로 세상을 해독하는 방법에 대해 그녀는 친밀하게 문학을 전했고 다정하게 산문으로 말해왔다. 시의 언어 속에 가려진 삶의 쉬운 이해에 대해, 산문에서 그렸던 다채롭게 다각화된 일상에 대해.
소설. 그 중에서도 장편소설. 박연준에겐 소설이란 아무래도 낯선 장르일 것이다. 어쩌면 시와 산문의 길에서 괜하게 슬쩍 소설의 짓궂은 방향으로 선회해본 것일 수도 있겠으나, 출간된 소설 『여름과 루비』의 정밀하고 구조적인 면과 ‘유년’의 그 위태롭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이야기성으로 풀어내는 힘은, 자기 삶의 ‘찢어진 페이지’를 소설이란 장르로 복원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당위에 천착한, 꼭 써야만 했던 필연적인 작품이 되었다. 문학잡지 『악스트』에서 연재를 마치고 1년여 동안 수정과 탈고를 거쳐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박연준 시인의 첫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목차
어린이의 정경_1986/피아노/신호등/바탕색/계절/46색/따귀/가정교육/밤의 기도/붉은 것/비행/쥐잡기/단테와 침대/어른들은 진실을 수정한다/어떤 거짓말은 솔직하다/아이들은 현실을 수정한다/가구 사용법/내 수영복이 아니야/할 수 있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이야기
2부
우리들의 실패/찌그러진 풀처럼 사람을 눕게 하는 감각/작은 배우/그건 잡으라고 난 털이 아니다/큰 배우/부스러기들/찢어진 페이지/지나간 미래/미래에도 하지 못할 이야기/학자와 나/난삽/언덕에서 내려오기/얼굴 사용하기/회상하기/전화 돌리기/오해하기/언덕에서 멀어지기/두 사람
해설 | 전승민(문학평론가)
어린 오르페우스의 여름밤
작가의 말